13살 차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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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One day]
 
2015년 10월 10일 아주 무료한 토요일 오후였다. 자취방에 여자 둘이서 기울이는 술잔은 무겁게 고민만 올려놓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신나는 노래를 틀어도 우리의 한숨이 분위기를 짓누르고 있음을 느끼자 클럽을 가기로 했다. 당시 나는 고민 없이 노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싶었나보다.
 
커피색 스타킹을 신은 허벅지 위로 아슬아슬하게 엉덩이를 덮은 검은색 니트 원피스, 가죽이 덧대어진 검정 힐,반짝이는 목걸이를 살짝 가려주는 조금은 길어 보이는 머리카락, 예쁘진 않지만 매력적인 표정을 하고 있는 여자. 나는 그런 여자였다. 그 날 만큼은
 
모든 인간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말씨나 행동 속에 드러나는 각 인물을 판단하는 열쇠를 발견할 수 있는 최종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수수께끼가 된다. 그러나 그 열쇠가 발견만 되면 그 뒤의 예전 말씨나 행동이 우리들의 눈 앞에 밝게 드러나는 것이다. -에머슨-
 
서면 클럽 그리드, 도착해 보니 토요일이 실감났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 춤을 추지도 못하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친구의 모습을 보니 내 모습이 또한 어떨지 뻔했다. 뒤에서 포옹하듯 애매하게 부벼대는 발정 난 늑대들의 접근에 더 기분이 나빠졌다. 순간 같이 춤을 추고, 웃으며 이야기도 하고, 기분 좋게 한 잔 할 수 있는 이성을 바랬던 것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나 싶었다.
 
그래서 맥주를 마시기로 하고 다시 음악과 춤에 이끌려 스테이지로 걸어갔다. 흥에 겨워 춤을 추고 있을 때 뒤에서 남자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무작정 나쁜 늑대로 오해하고 싶진 않았기에 그냥 춤을 추고 있었다. 어깨 위로 올라오는 손을 뿌리치려 할 때, 날 돌려세우곤 “죄송해요, 같이 춤출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는 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180cm가 넘어 보이는 큰 키에 연하늘색 반팔티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그 남자는 웃는 얼굴의 보조개가 매력적이었다. 커다란 눈, 진한 쌍커풀 그리고 매끈하면서 높은 콧대에 깔끔한 머리카락 훈훈한 외모에 매너까지 가지고 있는 남자니 완벽해 보였다.
 
뜬금없지만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다. 특히 사람 이름을 전혀, 단 한번에 외우는 일이 없었다. 매너와 친절에 반한 건 이름 덕분이었다.
 
여: 제가 이름을 잘 못 외워서요 죄송해요, 제 이름은 ‘지안’이에요.
남: 아, 괜찮아요 저는 지안씨랑 이름이 한 글자만 다르네요 ‘유안’이에요.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그의 이름이 매력적이었다. 그 대화에 그 사람에게 반했다. 외면과 내면이 아름다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연락처를 교환하고 그날 하루를 즐겼다. 각자-
 
그 다음날 아침 연락이 왔다. “어젠 잘 들어가셨어요?”라는 그 남자의 카톡을 시작으로 하루 종일 훈훈한 연락을 하고 호감이 생길 즈음 그 남자는 진실을 털어 놓았다.
 
“지안씨, 사실은 제가 35살이에요. 그럼에도 한번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제가 부산사람이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집은 부산이지만 일은 천안에서 하고 있어서 생활권이 부산은 아니에요. 만나주신다면 꼭 부산 갈게요!!!”
 
충격이었다. 20대 후반으로 보이던 그 남자가 35살이라니, 22살이 35살을 만난다는 상상조차 해보지 못했던 때였다. 띠동갑까진 괜찮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1살을 어긴 나이였다.
 
혹시 결혼에 대한 압박이 있진 않을까? 코꿰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여러 생각이 들어 꺼려질 때 처음 매너에, 인상에 반동해 마음이 요동쳤다. 내 마음은 분명 그 사람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딱 일주일이 지난 토요일에 만나기로 했다. 그 사람이 클럽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의 모습이 궁금했다. 다시 본 그는 여전히 20대 같았다. 아이보리 컬러에 갈색 포인트가 들어간 니트와 찢어진 청바지 그리고 운동화. 여전히 깔끔한 스타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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